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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맨유-첼시 전술분석] 무리뉴의 변칙전술 비대칭 포메이션

 

2월 25일 밤 11시 05분 EPL 28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인 맨유-첼시전이 맨유의 홈구장 올드트래포드에서 펼쳐졌다. 현재 EPL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맨시티(승점72)을 제외하고 2위부터 5위까지 순위 다툼이 그 어느때 보다 치열하다. 현재 기준으로 2위 맨유(승점 59점) 3위 리버풀(승점 57점) 4위 토트넘(승점 55점) 5위 첼시(승점 53점)으로 불과 6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 날 첼시와의 승리로 맨유는 리버풀을 제치고 다시 2위 자리를 탈환 했고, 만약 첼시가 승리했다면 승점 56점이 되면서 4위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결국 맨유의 승리로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싸움에 치명상을 입게 되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0개월 전 무리뉴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첼시에게 2-0으로 승리한 기억이 있다. 이때 첼시는 3-4-3 포메이션을 활용해 리그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무리뉴는 에레라에게 아자르를 전담마크를 지시하며 변칙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당시 에레라의 아자르 전담마크를 본 한국 축구팬들은 흡사 챔피언스리그에서 박지성이 피를로를 전담마크 하였을때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 무리뉴의 비대칭 포메이션

 

 

위에 잠시 언급했듯 지난 10개월 전 첼시전에서 무리뉴는 에레라를 활용하여 첼시의 에이스 아자를 봉쇄하는 변칙전술로 2-0 승리를 하였다고 이야기 했다. 이 날 역시 변칠 전술을 가지고 나온 무리뉴는 마샬-루카쿠-산체스를 내세운 쓰리톱을 구성했는데 위 그림과 같이 오른쪽에 위치해야할 산체스가 루카쿠 아래쪽 중앙에 2선으로 이동하면서 의도적으로 오른쪽을 비운 4-2-2-2 포메이션 형태였다. 그렇다면 왜 저런 포메이션이 나왔는지에 대해 정리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마샬과 산체스의 공존

② 포그바 활용법

③ 아스필리쿠에타와 모제스의 오버래핑 억제

④ 의도적으로 비운 오른쪽 공간 - 발렌시아의 오버래핑과 루카쿠의 이동

 

마샬과 산체스의 공존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산체스가 맨유로 이적하며 기존에 왼쪽에 위치했던 래시포드와 마시알이 자리를 잃고 말았다. 아스날에서 부터 왼쪽에 주로 포진 되었던 산체스 때문이다. 그로 인해 무리뉴 감독은 래시포드와 루카쿠 투톱 또는 마시알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는등 산체스와 기존 선수들의 공존을 이루어내려 했지만 기대만큼 좋은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이날 무리뉴는 마샬과 산체스가 공존 할 수 있는 '묘수'를 꺼내 들었다. 일단 마샬을 익숙한 왼쪽으로 세우고 산체스 역시 오른쪽 보다는 왼쪽이 익숙 하기 때문에 중앙으로 이동 시키면서 왼쪽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 whoscored.com

 

② 포그바 활용법

관련글 : 2018/01/03 - [에버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분석] 포그바 활용법과 린가드의 활약

 

사실 산체스와 래쉬포드,마샬의 공존보다도 무리뉴의 더 큰 골칫(?)거리는 포그바의 활용법이다. 필자가 이 전에 맨유 전술에 대해 쓴 글에서도 언급했어지만, 포그바의 경우 마티치와 함께 3선에 위치했을때 보다 이 경기와 같이 왼쪽 미드필더에 자리에서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포그바는 이날 맨유 선수중 상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패스(54개와) 가장 높은 패스성공률(87%)를 기록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익숙한 포지션에 위치한 포그바는 3선에서 뛸 때와 달리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첼시전에서 11.02km를 달리며 팀내 활동량 2위, 그리고 팀내 스프린트 3위 56회를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 whoscored.com

 

③ 아스필리쿠에타와 모제스의 오버래핑 억제

 

첼시는 전반 초반 모제스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면서 오른쪽 측면에서 주로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맨유의 공격진이 주로 왼쪽에 치우치며서 모제스 역시 수비가담에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첼시의 주 공격루트중 하나인 아스필리쿠에타가 전진하면서 하프스페이스 지역에서 반대로 전환해주거나 수비 뒷 공간으로 넣어주는 롱패스 역시 하기 힘든 상황 이었다. 맨유로써는 선수들이 익숙한 포메이션에서 활동하도록 해줌과 동시에 첼시의 강력한 공격방법하나를 막아내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었다.

 

④ 의도적으로 비운 오른쪽 공간 - 발렌시아의 오버래핑과 루카쿠의 이동

 

맨유가 아무리 왼쪽에 치우친 포메이션으로 공격을 가져갔다고는 하나 오른쪽을 아예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비운 오른쪽 공간은 공격 전개시 루카쿠가 오른쪽 측면으로 벌려 주면서 산체스가 중앙으로 침투하거나 혹은 루카쿠, 산체스가 중앙에 위치했을때는 발렌시아가 오버래핑을 시도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맨유의 아자르,윌리안 통제법

 

무리뉴 감독의 수비전술은 기본적으로 '지역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마크' 형태이다. 콘테 감독 역시 무리뉴에 수비전술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선에 위치한 아자르와 윌리안에게 자유도를 많이 부여하면서 기본적인 마크맨이 있는 맨유 수비수들에게 혼선을 주도록 주문했다. 그렇다면 맨유는 어떻게 첼시의 아자르와 윌리안을 막아 냈을까? 먼저 마티치와 맥토미니의 역할이 약간씩 달랐다, 두 선수 모두 지역을 먼저 지키되 맥토미니에게는 좀더 자유도를 주면서 아자르를 전담마크 하도록 했고, 마티치는 윌리안을 집중마크 한다기 보다 포백라인 앞에서 위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위치를 변경하는 윌리안을 포그바 또는 산체스와 함께 협력수비를 통해 막아냈다.

 

또한 첼시가 전반 초반 모제스 방향에서 주로 공격전개를 했지만, 맨유가 의도적으로 비운 오른쪽 공간을 활용한 공격전개를 많이 가져가면서 자연스레 아자르 역시 우측에 위치했는데 이로 인해 맥토미니는 더욱더 아자르를 집중마크 하는게 쉬워지기도 했다.

 

맨유의 아자르,윌리안 수비방법

 

 

# 첼시의 빌드업 형태와 맨유의 수비적 약점

 

첼시의 빌드업 형태와 맨유의 수비적 약점

 

위 그림은 이 경기에서 첼시의 빌드업 형태 및 맨유의 수비적인 약점이다. 먼저 마샬은 무조건 최대 위험요소인 아스필리쿠에타를 전방에서 맨마킹을 하였고 루카쿠의 위치에 때라 전방에 압박 형태가 달랐다 이 때 구조적 특성상 첼시 후방 빌드업을 완벽히 제어 해내지 못했는데, 이 때 첼시의 센터백들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반 초반에 나온 뤼디거의 전진은 분명 맨유에게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세번째 그림에서 드링크워터에게 공간이 났을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차라리 파브레가스가 선발로 나왔다면 이 때 좀더 창의적인 패스로 첼시의 공격을 풀어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콘테 감독이 수비적인 부분을 고려해 드링크 워터를 선발로 투입 시켰다고 해도 바르셀로나 전에서 캉테와 수비적으로 좋은 호흡을 보여준 파브레가스를 굳이 선발 출전 시키지 않은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

 

# 무리뉴의 전술적 승부수가 통하다.

 

1-1 상황이 지속되었던 후반 64분 마샬을 빼고 린가드를 투입하면서 무리뉴가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중앙지역에서 드링크 워터와 캉테가 포그바와 산체스를 잘 막아섰고 마샬 역시 아스필리쿠에타와 1:1 경합에서 고전하며 전체적으로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먼저 중앙에서 포그바와 산체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간을 창출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한 무리뉴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고 맨유 공격의 전체적인 활기를 넣어 줄 수 있는 린가드를 투입 한 것으로 보인다.

 

린가드와 산체스의 위치 변화

 

# 콘테의 마지막 승부수를 교과서 적인 방법으로 막아낸 무리뉴

 

무리뉴가 꺼낸 린가드 카드가 적중하면서 역전을 허용한 첼시의 콘테 감독 또한 공격적인 교체 투입을 하기 시작했다. 윙백인 모제스와 중앙에 드링크워터를 빼고 지루와 파브레가스를 투입 시키면서 지루-모라타를 투톱으로 한 4-4-2 포메이션, 정확히 말하자면 4-2-4 포메이션으로 변화 했다.

 

콘테 감독은 이러한 공격적인 교체카드와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맨유가 수비시 마크맨에 혼선이 일어나게 하기 위한 의도와 측면에 발 빠른 페드로와 윌리안의 크로싱을 통해 중앙에 피지컬이 좋은 지루와 모라타를 활용한 공중볼을 장악하려 했다.

 

무리뉴 감독은 곧장 첼시에 변화에 대응하는 교체카드로 에릭 바이를 투입하며 3백 체제로 전환했고 (기본적으로 공격수보다 수비수가 1명이 많아야 한다는 교과서적 이론을 그대로 적용시켰다) 미드필더에 맥토미니, 마티치, 포그바가 내려와 맨유의 수비진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첼시의 공격을 막아냈다. 위에서 언급했던 콘테감독의 모라타와 지루를 활용한 공중볼 장악은 평균신장이 190이 넘는 (마티치,포그바,맥토미니,스몰링,바이 등) 맨유의 수비진과의 경합에서 이기기 힘들었고 이마저도 잘 되지 않자 페드로와 윌리안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고자 했지만 철저하게 지역방어 형태로 바뀐 맨유의 수비진은 흔들림이 없었다.

 

# 마치며..

 

이번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과 맨유는 얻은게 많았다고 보여진다. 산체스와 마샬의 공존.. 그리고 재차 확인된 포그바의 활용법 제2의 캐릭이라 불리는 맥토미니에 능력에 대한 확신등 또한 항상 공격적인 전술 부분에서 말이 많았던 무리뉴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자신이 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콘테 감독에 지루-모라타 투톱 승부수를 아주 교과서 적인 대응으로 쉽게 풀어냈던 무리뉴 감독에 모습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