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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대한민국-북아일랜드 전술분석] 과정은 합격 결과는 불합격

 

2018 러시아 월드컵이 3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3월 24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윈저파크에서 평가전을 치뤘다. 상대인 북아일랜드는 FIFA랭킹 24위로 지난 유럽예선에서 스위스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아쉽게 패배하며 32년만에 월드컵 진출을 못하였지만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과 스타일이 비슷하고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전력상황을 점검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였다.

 

양 팀 선발 라인업

 

북아일랜드는 유럽예선에서 부터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유럽예선 10경기에서 6실점 밖에 하지 않는 탄탄한 수비와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세트피스 그리고 역습을 통한 공격을 자주 사용하는 팀이다. 북아일랜드의 센터백에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조니 에반스는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경험이 많고 한때 우리 박지성 유스 본부장과도 함께 뛴 선수 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4-3-3 포메이션으로 소개가 되었지만, 실제 인게임에서는 김신욱과 손흥민이 투톱으로 나오는 4-4-2에 가까운 형태였다.(▲ 공격시에는 4-3-3과 4-4-2를 혼합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날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에 위치에 따른 실험을 중점으로 한 것으로 보여졌다. 토트넘에서 현재 케인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톱으로 나서며 좋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고 후반에는 기존에 손흥민이 자주 뛰었던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이동해서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아 스웨덴을 상대로 손흥민을 톱으로 배치할지 측면 윙어로 배치할지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드러나는 경기였다.

 

4-4-2 포메이션 전환하여 두 줄 수비를 하고 있는 대표팀

 

# 대한민국의 공격형태 (공간침투와 2선에서의 원터치 플레이)

 

대한민국의 공격형태는 매우 뚜렸했다. 또한 굉장히 현대축구에 트렌디한 전술을 시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로 빌드업 상황에서 박주호-기성용이 내려와 수비에 안정감을 주며 기성용 선수의 넓은 시야를 통해 높게 전진한 윙백을 향한 공간으로 넣어주는 패스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두 번째로는 4-4-2 포메이션에서 좌우 측면에 위치했던 이재성 선수와 권창훈 선수가 프리롤 역할을 부여받으며 토트넘에 에릭센 또는 맨체스터 시티의 다비드 실바와 같이 순간적으로 측면에 숫자싸움에 참여해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돕는 역할을 잘 실행해 주었다. 우리 대표팀은 이 날 2선에서 원터치 패스를 통한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대한민국의 공격장면①

 

위 그림에서 이 날 우리나라의 공격 형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먼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권창훈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며 북아일랜드의 수비수들의 시선을 왼쪽으로 쏠리게 하였고 뒤쪽에서 볼을 잡은 기성용 선수가 헤드업을 통해 침투하는 이용 선수에게 공간패스를 넣어주는 장면이다. 마치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가 자주 사용하는 "아이솔레이션 전술"을 보여주는 듯한 우리 대표팀의 공격 형태였다.

 

대한민국의 공격장면②

 

전반 6분에 터진 선제골 역시 박주호 선수가 침투하는 권창훈을 향해 넣어준 패스를 매우 간결한 퍼스트 터치와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날 우리 대표팀은 북아일랜드의 뒷 공간을 끊임없이 공략하면서 수비진을 괴롭혔다.

 

# 대표팀 컨셉에 맞지 않았던 김신욱

 

필자는 이 날 우리 대표팀의 플레이는 마치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솔레이션 전술과 비슷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술을 사용할때 톱의 역할은 무엇일까? 토트넘의 케인,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제수스-아게로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두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 이지만 공격 전개시 2선까지 내려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나오면서 우리팀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날 김신욱 선수는 주로 상대 수비라인에 위치하며 자리만 지키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만약 이 날 김신욱 선수가 아닌 이근호 선수 또는 황희찬 선수를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왔다면 더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월드클래스의 기량을 보여주는 손흥민 선수는 북아일랜드의 집중마크 대상이었다. 이때 나오는 빈 공간을 김신욱 선수는 잘 활용하지 못했고, 만약 활동량이 좋고 끊임 없이 움직이는 이근호 선수 또는 황의찬 선수가 있었다면 이 공간을 잘 공략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표팀은 김신욱 선수의 높은 키를 활용한 크로스 조차도 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발 밑으로 나오는 크로스가 더욱 많았기 때문에 김신욱 선수의 장점 또한 살리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아스널전 아게로의 움직임

 

# 장현수와 김민재가 비판받을 정도로 수비조직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다시 우리나라 언론은 장현수 선수와 김민재 선수에 대한 수비조직에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기사가 많이 올라왔다. 매 경기 장현수 선수에 실책에 따른 실점으로 인해 김민재 선수보다 장현수 선수에 비판이 더 많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만큼은 우리 대표팀의 수비간격과 조직력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압박 타이밍 수비 간격 부분에서 그다지 문제가 있었던건 아니다. 물론 두 번째 실점에서 장현수 선수의 판단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 실점이 있기 전까지  장현수 선수의 수비라인 컨트롤 그리고 커버링 등 오히려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김민재 선수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자책골 역시 수비조직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그냥 북아일랜드가 세트피스 준비를 잘한 것이다. 사람이 맘먹고 사기치면 제 아무리 의심이 많은 사람도 당하기 일쑤다. 마음 먹고 사기치는데 무슨 수로 당할까? 다만 우리는 이 날 북아일랜드의 세트피스를 보았고 앞으로 있을 월드컵 본선에서 이러한 변칙적인 세트피스 공격에 대해 대비를 잘 준비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나라 수비는 엄청난 비난을 받을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는 90분 동안 4개의 슈팅만을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13개의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우세한 경기를 보였고 슈팅상황 자체도 많이 만들어 주지 않았다.

 

첫 번째 실점장면

 

# 세트피스로 당한 대한민국 세트피스를 활용하지 못했다.

 

북아일랜드는 우리나라 수비진을 완벽히 속이는 세트피스로 득점을 가져갔다. 박문성님의 칼럼에서 보면 최근 월드컵에 세트피스 득점 비율은 20~30% 수준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실력이 떨어지는 팀들이 노릴 수 있는 필살기는 세트피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아일랜드와 경기에서 9개의 코너킥을 가져가면서 이렇다 할 세트피스 작전을 보지 못했다. 물론 준비를 했겠지만 잘 보여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씀처럼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니어 포스트로 짤라 들어가는 형태나 파 포스트쪽으로 크게 돌아가며 공간을 만드려는 움직임 보다는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 마치며

 

이번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강 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될 스웨덴과의 가상 경기를 펼친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우리나라는 비록 역전패를 당하긴 하였지만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경기에 일부이지만 이 날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 역시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경기이다.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3월 28일(수) 만나게 될 폴란드와 평가전에서도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여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준다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승리했던 좋은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