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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챔피언스 리그

[토트넘-유벤투스 전술분석] 챔스 DNA와 알레그리의 용병술

알레그리

정말 챔피언스 리그 DNA는 따로 존재 하는 것일까? 유벤투스 원정에서 2골을 먼저 실점하고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무승부를 만들어 냈던 토트넘이 지난 3월 8일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45분에 펼쳐진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토트넘의 홈구장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전반에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60분 이후 5분만에 이과인과 디발라에게 두 골을 헌납하며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최근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우승만(14/15시즌 준우승 16/17시즌 준우승) 2번 기록한 세리에 전통 강호인 유벤투스는 역전에 성공하자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고 그 간에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 조율 능력 그리고 알레그리에 적절한 용병술이 발휘되며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마치 챔피언스 리그 DNA가 따로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경기였다. 

 

번외로 바이에른 뮌헨에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PSG와 레알 마드리드중 어느 팀이 올라 갈 것 같냐는 질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이긴다." 라고 100% 확신하는 답변을 하였다, 그 만큼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답변이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 토트넘 전술 특징에 따른 알레그리 감독의 맞춤 포메이션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지만 좌/우 비대칭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런 이유로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유벤투스의 알레그리 감독은 골이 급할 수 있었으나, 전반에는 안정을 택하며 토트넘에 비대칭 전술에 맞춘 비대칭 포메이션으로 대응 했다.

 

토트넘의 공격형태 및 유벤투스 수비형태

 

선발 라인업이 발표 된 후 우측 풀백에 바르잘리가 위치한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비록 데 실리오가 부상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리히슈타이너가 있는 만큼 대체 자원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러나 알레그리 감독은 36살 백전노장 수비수 바르잘리를 출전 시켰고 공격적인 임무는 자제하는 대신 최근 두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컨디션이 오른 손흥민을 막는데 주력하게 했다.

 

또한 우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더글라스 코스타 역시 바르잘리를 도와 공수양면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토트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더글라스 코스타가 측면에서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데이비스 역시 높게 전진하며 유벤투스를 몰아 붙혔고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하지 못하자 전방에 디발라와 이과인이 고립되며 이렇다 할 공격찬스가 나지 못했다.

 

 

# 유벤투스의 한번에 수비실책을 득점으로 연결한 토트넘

 

유벤투스 실점前 상황

 

유벤투스의 3명의 미드필더 마투이디-피아니치-케디라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마크맨이 있었다. 마투이디와 피아니치는 에릭센에 위치에 따른 지역방어 형식을 가져갔는데 실점 상황에서 마투이디가 전방압박을 위해 트리피어를 막아섰고 패스를 받기 위해 내려오는 에릭센을 피아니치가 따라 붙은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산체스가 다이어에게 롱패스를 전달하는 순간 피아니치는 에릭센을 시야에서 놓쳤고 피아니치가 나온 공간에 에릭센이 파고 들면서 케인에게 패스를 받은 에릭센이 알리에게 전달하는 상황에서 부폰이 1차적으로 선방을 했지만 결국 실점을 하고 말았다.

 

# 3분만에 효과가 나타난 알레그리에 용병

 

전반 손흥민에서 선제골을 허용하며 유벤투스는 더 이상 토트넘에 대응하는 전술을 사용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알레그리 감독은 후반 60분 이후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교체카드를 사용한다. 후반 60분 마투이디를 빼고 아사모아를 투입한 알레그리 감독은 61분에 곧장 바르잘리를 리히슈타이너와 교체 시키며 전술에 변화를 가져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알레그리의 용병술은 3분만에 결과로 보여졌다.

 

(좌) 60분 이전 유벤투스 (우) 60분 이후 유벤투스

 

60분 이후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승부수를 띄운 알레그리 감독은 1골을 헌납한 상황에서도 공격자원을 투입하기 보다 수비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교체했다. 그 이유는 현재 유벤투스가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할 자원이 부족했다. 전방에 위치하여 선발로 나왔던 이과인 역시 부상에서 이제 막 복귀하여 100%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만주키치도 부상인 상황에서 공격적인 카드를 사용할 여유가 없는 유벤투스의 벤치 상황이었다.

 

또한 1-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원정이니 만큼 추가골을 내주었을때 더 큰 부담이 생길 우려가 있었던 알레그리 감독은 수비와 공격에 모두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60분 이후 유벤투스는 마투이디를 빼고 아사모아를 윙백으로 투입하며 산드로를 전진배치 시켰고 센터백인 베나티아를 빼고 리히슈타이너를 윙백으로 투입시킴과 동시에 손흥민을 전담 마크했던 바르잘리를 센터백으로 위치를 이동키면서 비대칭 3백과 4백을 혼용한 4-4-2가 아닌 플랫한 4-4-2 형태를 가져갔다.

 

 

 

리히슈타이너와 아사모아의 투입으로 유벤투스는 양쪽 측면을 모두 활용한 공격이 가능해졌다. 또한 프리롤 역할을 맡았던 디발라의 위치에 따라 숫자싸움에서 우위를 가져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순간적으로 토트넘의 수비진에 혼란이 오게 된다. 더불어 이 날 바르잘리를 도와 수비가담을 열심히 해주었던 코스타 역시 리히슈타이너의 투입으로 수비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공격적인 능력이 살아났다. 코스타가 살아나자 고립되었던 디발라와 이과인도 같이 살아나면서 유벤투스는 결국 64분 리히슈타이너의 크로스를 케디라가 헤딩으로 연결 시켜준것을 이과인이 동점골로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두번째 득점장면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유벤투스와 달리 토트넘은 유벤투스의 갑작스런 전술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실점 후 집중력이 급격히 낮아졌다. 위에 언급했듯 좌우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가능해진 유벤투스는 프리롤 역할을 받은 디발라가 이번에는 왼쪽 측면에서 위치하며 순간적으로 숫자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고 여기서 교과서 적인 투톱을 빅앤스몰 조합으로 두었을때 어떤 플레이를 가져가야 하는지 나오는 득점 장면 이었다. 먼저 타겟맨 역할을 하는 이과인이 산체스의 시야에서 벗어나 뒤쪽에서 돌아 들어와 공을 받아주었고 그 공을 지키며 침투하는 (빅앤스몰 조합에서 스몰역할) 디발라에게 연결해주며 디발라가 득점을 하였는데, 정말 정석 같은 플레이 였다.

 

역전에 성공한 유벤투스의 알레그리 감독은 16강 1,2차전 총 3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이과인을 빼고 힘이 빠진 시점에서 활동량이 좋은 스투라로를 투입하며 중원과 수비쪽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고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역시 라멜라와 요렌테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하여 총 공격을 펼쳤지만, 경기는 유벤투스의 경기로 끝이났다. 그러나 여기서 포체티노의 용병술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한가지 있었는데 과연 라멜라를 투입하는것이 맞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역전 후 유벤투스가 수비시 중앙에서 블럭을 단단히 만든 상황에서 라멜라의 투입으로 어떠한 섬세한 패스플레이를 활용해 수비를 공략한다는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히려 후반 85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투입된 요렌테와 케인을 활용한 공중볼 경합 후 세컨볼을 노리는 플레이가 더 위협적이었던 토트넘 으로써 라멜라 보다 요렌테를 더 빨리 투입해야 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한 부분이다.

 

승리를 확신하는 키엘리니와 부폰

 

# 마치며..

 

결과적으로 챔피언스리그 DNA를 보유하고 있는 유벤투스의 2-1 승리로 끝이났다. 슈팅에서도 22 대 9 를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토트넘의 페이스로 보였으나, 알레그리의 용병술과 전술변화에 따른 대응이 늦었던 토트넘이었다. 다시 한번 큰 무대에서의 경험과 감독에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경기였고 이 날 손흥민을 전담마크했던 바르잘리의 매우 비신사적인 행위는 추후 징계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만큼 우리나라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선수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유벤투스라는 엄청난 명문 클럽을 상대로 손흥민은 존재감은 엄청났고 토트넘 역시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이제 쉽게 지지 않는 강팀이 되기 위한 경험을 삼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