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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아스널-맨시티 전술분석]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 퍼진 야유

 

지난 3월 2일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45분 아스널 홈 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는 홈팬들의 야유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유는 4일전 카라바오컵 결승전 패배로 우승컵을 내준 아스널은 복수를 준비하며 이 날 경기에 임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또 다시 무기력하게 패배를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를 승리로 맨시티는 24승 3무 1패(승점 75)를 기록하며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9)와 승점 차를 16점으로 벌리며 남은 10경기에서 5할 승률만 올려도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다.

 

반면 6위를 기록하고 있는 홈팀 아스널(승점 45)은 이 날 패배로 인해 5위 첼시(승점 53)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순위에 진입하는데 더욱 힘든 상황이 되면서 아스널은 오히려 작년 맨유와 같이 리그보다 유로파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해야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홈 팀 아스널은 지난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보여주었던 3백 형태에서 다시 4백으로 돌아오며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몬레알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는 콜라시나츠가 들어갔고 채임버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최전방에는 오바메양이 원톱으로 위치했고 2선에는 외질-웰백-미키타리안이 위치하며 변화를 가져간 아스널이다.

 

원정팀 맨시티는 카라바오컵 결승에서 4-2-3-1 포메이션을 보여주었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본래의 맨시티 포메이션인 4-1-4-1 또는 4-3-3 형태로 다시 돌아왔고 페르난지뉴가 빠진 자리에는 귄도안이 위치하며 대신 페르난지뉴의 역할을 맡았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오른쪽 측면에서 선발 출전 했다.

 

맨시티의 빌드업을 방해하고자 했던 아스널의 전방압박

 

아스널의 전방압박 형태

 

맨시티와 경기에서 전방압박을 가져가는 팀들은 모두 일단 귄도안의 위치(페르난지뉴 롤)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스널 역시 맨시티의 기초 빌드업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 날 "페르난지뉴 롤"에 위치한 귄도안을 외질이 맨마킹을 가져가며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또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웰백이 워커를 맨마킹하면서 아스널은 수비시 4-3-1-2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방에 원톱으로 출전한 오바메양은 콤파니의 방향전환을 최대한 막기 위해 아래 방향에서 돌면서 콤파니를 압박하였고 워커쪽으로 패스를 하도록 유도했다.

 

아스널의 수비형태

 

첫 번째 그림은 위에서 언급했듯 전방에서의 아스널의 압박 상황이다. 웰백->워커, 오바메양->콤파니, 외질->귄도안 이 맨마킹을 가져가는 형태에서 아스널의 미드필더 라인 자카-램지-미키타리안은 오른쪽 측면을 의도적으로 비우며 왼쪽으로 몸통 이동을 했는데, 두 번째 그림과 같이 콤파니가 반대편 다닐루를 향해 롱패스 또는 오타멘디를 활용한 방향전환에 성공 하였을때는 미키타리안이 최대한 빠르게 다닐루에게 압박을 들어갔다.

 

# 벵거의 전방압박 전술을 박살낸 과르디올라

 

아스널의 벵거감독은 위 그림과 전방압박을 시도 한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맨시티 우측 풀백인 카일 워커의 전진 억제

② 맨시티의 패스 줄기 귄도안을 압박하여 후방 빌드업 억제

③ 의도적으로 공간을 만든 다닐루쪽으로 전환되는 패스를 미키타리안의 빠른 압박을 통한 패스차단 및 소유권 탈취 후 역습 

④ 중원에서의 숫자싸움에서 이기기 위함 ( 실바-데브라위너 / 자카-램지-미키타리안 )

이렇게 네가지로 나누어 보았을때 결과적으로 전반 초반 10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아스널은 네가지 방법이 모두 순차적으로 깨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맨시티는 이러한 형태의 아스널 수비를 어떻게 공략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그 중심에는 먼저 전방에 원톱으로 출전했던 아구에로의 역할이다.

 

(좌) 다닐루의 패스를 받아주는 아구에로 (우) 아구에로 터치맵 ⓒ whoscored.com

 

왼쪽 사진은 맨시티의 첫 득점 장면이다. 아구에로가 밑으로 내려와 다닐루의 패스를 받아주었고, 아구에로를 막기 위해 무스타피가 따라나오며 공간이 생겼다. (무스타피는 바로 제자리로 들어가기는 했다.) 그러나 무스타피가 복귀 하는 순간 사네의 돌파가 시작되었고 이미 가속이 붙은 사네를 막기는 어려웠다. 이때 사네쪽으로 시선이 집중된 아스널의 수비진은 베르나르도 실바에게 공간을 주면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날 아구에로는 최전방 원톱이라기 보다 제로톱에 가까운 역할을 해주며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낮은 위치까지 내려가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었다. 전반에 나온 맨시티의 3득점 모두 아구에로의 발 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득점상황

 

맨시티의 두번째 득점 장면 역시 아구에로가 코시엘니를 끌고 나오며 생긴 공간을 다비드 실바가 침투하여 득점을 했다. 이 처럼 아구에로는 이 경기에서 제로톱과 같은 역할을 해주며 중원에서 숫자싸움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아스널의 센터백 코시엘니와 무스타피를 끌어내는 역할을 잘 해주었고 센터백이 나온 빈 공간은 다비드 실바와 데 브라위너가 침투하며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 냈다.

 

아구에로에 이와 같은 움직임으로 아스널이 노렸던 중원에서의 숫자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고, 의도적으로 비운 오른쪽 공간에서 많은 찬스가 나자 아스널의 수비 밸런스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반대편 웰백에 의해 억제 되었던 워커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사네의 세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 했다.

 

# 아스널의 수비 간격

 

전반 15분만에 실점한 아스널은 4일전 카라바오컵의 악몽이 재현 될 거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날 수비간격이 정말 좋지 않았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지현 해설위원님의 말씀대로 흔히 말하는 수비와 미드필더간에 '몸통이동','간격유지'가 전혀 되지 못했던 아스널의 수비였다.

 

 

아스널은 최근 9경기 연속으로 실점을 기록하며 수비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 사진과 같이 간격에 문제,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램지와 자카중 포백라인을 보호하기 위한 홀딩 미드필더의 역할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고 나온듯한 모습이다. 엄청나게 좁은 공간에서도 패스웍을 통해 압박을 풀어나가는 맨시티에게 이러한 공간을 준다는것은 맨시티로써는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온 웰백은 이 날 첫 번째로 워커의 전진을 막는 역할을 부여 받았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하였을때 이후에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가 매우 느렸고 안그래도 넓은 간격은 더욱더 넓어 지면서 맨시티의 공격전개시 별다른 압박이 가해지지 못했다.

 

# 마치며..

 

개인적으로 아스널의 축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이 날 경기는 상당히 아쉬웠다. 맨시티는 본인들이 잘하는 플레이를 평소와 다름없이 하며 승리를 챙겨간 반면, 아스널은 본인들이 잘하는 방법을 내려놓은채 맨시티를 막기 위해 그때 그때 대응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한편으로 차라리 벵거 감독의 철학처럼 5분 이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하기 위해 맨시티를 막기 위한 전술적 대처에 집중하기 보다 아스널 다운 방법을 통해 경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기 였다.

 

이 경기를 패배로 벵거 감독의 경질설은 더욱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아스널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